2014년 8월 14일 오전에 생각한 글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중고등학생 시절을 함께 했던 교회 선생님을 만나고 왔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잠깐 고민도 했지만, '무슨 얘기든 하겠지'하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만났다. 역시 좋았다. 교회 이야기도 하고, 나라 이야기도 하고, 내 취업 이야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 할 수 없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과거의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나는 조금 민망함을 느낀다. 그 때 했던 어리숙한 생각들, 어린 행동들. 창피하고 부끄럽다. 아직도 나는 내가 완벽하길 바라나보다. 그 나이 때의 여중생, 여고생이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들임에도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옳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 같다. '나의 행동이 어른스럽다'라고 생각하며 행동했다. 그에 자부심도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참 귀엽다. 그 때 잘 알지 못하고 자신의 시야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어 부끄러운 일일까. 지금의 나도 내가 볼 수 있는 시야 안에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을. 나이가 들어도 같은 시야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것이 부끄러운 것 아닐까.
선생님을 만나고 학교를 가는 지하철 안에서 <불안>을 읽었다. 읽으면서 '이게 정말인가, 내가 정말 그러한가'하고 생각하느라 더듬더듬 읽게 되는 책이지만 그게 싫지 않은 책이다. 오늘 읽은 부분은 [자신감=이룬 것/기대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계급시대의 사람들 심리, 윌리엄 제임스의 논리, 에담 스미스의 이론 등을 빌어 설명했다. 결론은 기대하는 것이 많아진 것에 비해 이루는 것이 없어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안을 없애거나 자신감을 올리는 데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서술한다. 첫째, 더욱 노력하여 성취한다. 둘째, 기대하는 바를 줄인다. 이 부분에 대해 읽으면서 나는 역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우선,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양식의 글이 19C에도 유행했다는 것에 놀랐다. 둘째, 계급사회의 하위 계층은 정말 상위 계층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전제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이니 그 입장에 이입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정말 그러하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에 대한 아주 큰 기대를 했고 그것을 이루지 못함에 자신감은 점점 깎아져 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나와 다른 사람'으로 여기고 부러워하지도 않고 나의 성장을 기대하지도 않으며 살면 행복할까, 그것으로 내가 만족할 수 있을까. 아마 '다른 이와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하여 성장하고 만족하자'라는 결론에 다다를 것 같지만 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드리고 혹은 비판하는 것은 책을 다 읽은 후로 미뤄두기로 하자.
아무튼 오랜만에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하고 좋은 생각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 기분과 생각을 조금 더 이어가고 싶지만, 교수님이 오셔서 업무를 시작해야하므로 이만 STOP 버튼을 눌러야한다. 아쉽다. 그러므로 금방 다시 만나자.
Have a nic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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