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다리가 된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라고 들어보셨나요? 꽤 오래된 소식이지만 마포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변신했습니다.

   한강에는 2014년 현재 총 31개 있다고 합니다. 한강 어디에 있든 다리 하나는 보게 되지요. 그 다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강북과 강남을 이어주는 것? 저는 그것보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이 납니다. 많은 드라마에서 힘든 사람이 자살소동을 벌이는 장소로 한강 다리가 많이 나오죠. 그래서 그런 걸까요? 서울지역 교량 자살시도는 해가 넘어갈 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살다리'라고 오명을 쓴 것이 바로 [마포대교]입니다^[각주:1]. 

  그런 마포대교에 <생명의 다리> 캠페인이 2012년부터 설치되었습니다. 걷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은 문구들이 난간에 설치되어 있는데요, 보행자의 걸음에 맞춰 불이 켜져 보행자로금 정말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뒷북치듯 반응이 조금 늦은 건 이해해야합니다 실제 그런 친구들이 있잖아요). 

  말로만 듣고, 한강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마포대교에 지난 일요일 직접 가봤습니다. 제 친구 ㅇ양이 요즘 힘든지 가보자고 해서 말동무도 될 겸 가게 됐습니다. 마포대교는 마포역에서 여의나루역으로 이어집니다. 저희는 마포역 1번출구로 나와서 직진하여 마포대교를 건너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마포대교의 문구는 다리 중간까지 이어지고 거울에 반사되듯 다시 같은 내용의 끝 문구부터 다리 끝까지 이어지므로 마포역 쪽에서 시작하든, 여의나루역에서 시작하든 문제 없습니다.

  마포역 1번출구로 나오자마자 떨어지는 빗방울 탓에 하늘을 원망하면서도 '이왕 왔는데' 마인드를 앞세워 마포대교로 걸어갔습니다(빗방울은 점점 그 수를 늘려가더군요). 발걸음에 한발짝 늦게 반응하는 문구들이었지만 하나하나가 마음을 위로하는 문구들이었습니다. 잘 지냈어? 밥은 먹었어? 하고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혼자서 조용히 걷기에도 꽤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뛰어내리기 쉽게 되어있다'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난간이 어깨높이까지 오긴 했지만 그 외에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실제 2012년 이후로도 마포대교의 자살율은 계속 증가한다더군요. 생명의 다리 캠페인 이후 관광객이 많이 와 자살신고도 비교적 잘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다리 밖 난간 밑으로 안전펜스 혹은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의 확실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살하러 말고, 말 없는 친구가 필요할 때 마포대교를 한번 거닐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