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2014. 어쩌면 미래의 나의 이야기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직전부터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했다. 플로어라고 불렀던 홀 서빙은 대부분 같은 대학생들이었지만 평일 런치 타임을 담당하는 아주머니들도 주방에 계셨다. 아르바이트 중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힘든 축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대학생 쯤 되는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은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은 매우 오래동안 근무하셨다. 나는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아이를 키우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4년제 대학교를 나왔지만 아이를 키우고 중년의 여성이 된 나는 그보다 나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싶지 않으리라 벌써 단정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는 대학생, 중년의 여성 등이 근무하기에 꽤 괜찮은 축에 속한다. 일반음식점의 설거지, 서빙과 비슷하지만 대기업에 속해 나름 쾌적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다. 능력만 된다면 전문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그 중에 꽤 좋은 일자리다.
영화 <카트>는 그 좋은 일자리도 매우 힘듬을 보여준다. 많은 아르바이트생과 중년 여성이 바라는 좋은 일자리이지만 '더 나은 일자리'일 뿐 좋다고 위안하고 있을 뿐임을 보여준다.
영화 <카트>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것이 밑바닥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 더 안좋은 곳에서 더 안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일어서지도 못하고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영화 <카트>를 비정규직에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the mart'는 비정규직 사원 전체를 아웃소싱(외주화)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한달 안에 96명 전원이 해고되는 것이다. 이에 비정규직 사원은 노조를 결성, 전체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마트 측은 노조와 협상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조는 마트를 점거, 파업을 진행하지만 마트 측은 대체 인력을 고용하고, 용역을 동원하며 불법 점거라는 이유로 경찰까지 동원한다.
마트 측은 정규직까지도 연봉계약직으로 전환하여 마트를 매각하려했고 이에 정규직 사원들도 노조를 결성하여 비정규직 노조와 결합한다.
마트 노조의 활동이 계속되자 마트 측은 노조 지도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일부만을 복직시키는 등의 노조를 와해시키려고한다. 노조위원장은 마트 측 직원과의 다툼으로 구금되고 노조원들은 홀로 복직하거나, 시위를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등 뿔뿔히 흩어진다.
마트 노조와 마트 측의 싸움은 노조 지도부를 제외한 노조원들의 복직으로 끝났다.
영화 <카트>를 보면서 '그냥 아웃소싱 회사 들어가서 다시 일하면 되지', '다른 일 찾으면 되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고, 다른 곳에 가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아웃소싱으로 들어가면 월급이 다를 뿐 아니라 성과급, 휴가와 같은 회사의 복지에도 해당되지 못한다.
'이래서 공부를 해야되'라고 순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다. 몇년 후에는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아도 취업이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박사 학위가 내 얘기가 아니라하면 몇 년 후 아이를 키우고 집을 나서면 4년제 대학을 나왔든 아니든 나의 이야기가 된다.
무섭다. 지금이라도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봐야할까? '내가 아니면 안되는' 대체 인력이 없는 일을 찾아볼까? '나를 짜를 수 없게' 내 능력을 키워볼까? 그런 직무가 있습니까? 절대 을이 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까?
영화 <카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같이 노조 시위를 합시다가 아니다. 같이 카트를 밀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들어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할 뿐이다.
영화 <카트>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은 잘 모를지도 모른다. 경기도권으로만 가도 최저임금은 그저 말 뿐이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이 없으니 고용주들의 뜻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청소년의 경우는 더 열악하다. 어리다고 얕잡아 보고 아르바이트 자체를 숨길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으면 그 대우는 더하다.
예전에 닭갈비를 먹으러 갔을 때 점장 혹은 직원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빗자루로 맞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관계에서 가벼운 야단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나와 내 친구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대우였다.
아직도 최저시급이 얼마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약속한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일한 임금을 요구하지 못한다고 알고있는 경우도 있다. 알고 있어도 해고당할까봐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한 때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알바생들이 한시간 일해서 햄버거 세트를 사먹지도 못한다는 것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내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시급이 4300원 쯤이었다. 요즘은 시급이 꽤 많이 올라 2015년부터 5580원이라고 한다. 그와 함께 물가도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드디어 햄버거 세트를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아직 성장하고 있다. 지난 날 우리 사회는 '한강의 기적'이라 세계적으로 불릴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했다. 그 성장의 결과로 누군가 더 많은 것을 얻었고, 누군가는 덜 얻었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성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침체되었지만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사회, 문화적으로도 성장하고있다. 앞으로의 성장으로 또 누군가는 더 많이 얻고, 누군가는 덜 얻을 것이다. 하지만 제일 조금 갖는 그 사람이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만큼이라도 갖을 수 있는 그런 성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 사람'은 정해져있지않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될 수도, 우리의 부모님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래서 들어야한다. 함께 소리치거나 함께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들어주어야한다". 우리 각자는 소리지르고, 행동하고 더한 것을 해도 힘이 없다. 하지만 들어주는 정도의 그 작은 관심을 우리 모두가 갖는다면 우리 사회의 성장을 바른 곳으로 이끌 수 있다. 우리의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하면 가능하다.
- 첨부된 모든 사진은 영화<카트>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1차 수정. 12월 28일 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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