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의 책 <보통의 존재>
수면제의 힘일까? 10시에 일어나 언니랑 밥을 먹었다. 평소에 비하면 빠른 기상이었다. 그래봤자 씻고 옷 입으니 12시. 노트북 충전을 기다리며 외울 영어 단어도 정리하고 책도 읽으니 결국 집을 나선 것은 2시 쯤. 그래도 카페에 가서 단어도 외우고 프로젝트 일도 하고(전환점을 만들고 싶은데 잘 안된다) 이력서도 확인하고 블로그도 조금 정리했다. 이것 저것 많이 했다. 저녁을 먹은 게 후회되지만 밥 먹고 요가도 다녀왔다. 이 정도면 내게는 알찬 하루다. 이뤄본 적 없는 완벽주의자에게는 불만족스러운 하루이지만.
나는 언제나 상상한다. 능력있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나를. 그녀는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행정학개론 수업을 맡았다. 시간강사지만 연구소에 소속되어 잘나가는 강사이자 박사다. 물론 늘씬하게 오피스룩을 차려입고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게 내 이상인가보다. 그보다 더한 모습을 상상한 적도 없다. 그에 비한 내 현실은 미미하다. 열의도 없는 취준생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실패를 앞두고 있으며 영어 강의는 커녕 기본 단어에도 허덕이고 있다. 몸무게는 아침먹고 재니... 차이가 너무 크다.
나은 삶을 살기위해 몇 번이고 결심하고 계획하지만 기억상실인 듯 까맣게 잊는다. 그러다 정신차리면 그 어떤 사람에게도 하지못한 저주와 욕을 쏟아 붓는다. 그러고는 다시 격려하고 계획을 짠다. 이번 싸이클의 격려는 책에서 받았다.
바로 오늘 마지막장을 덮은 책 <보통의 존재>에서 본 '인생에 결론이 없는 사람'이란 제목의 내용이다. 한줄 한줄 읽으며 “딱 나네"하고 생각했는 데 뒷장을 넘기니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란다.
이전에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나 신규 소설 란에 꼭 솔깃한 제목과 내용들이 있다. 그 때는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였고 요즘에도 비슷하게 너는 나에게 상처줄 수 없다느니 하는 것들이 있다. 그 때는 이 사람들이 내 속에 들어갔다왔나 싶어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서점의 책도 마케팅이다. 잘 팔리는 책,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책, 밀어주는 책 등이 잘 보이는 진열대에 있다. 또 선호층이 확보되있으니 출판이 가능한 것이다. 이 두가지를 근거로 내 마음에 맞춤인 책이 많은 것은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특별히, 특이하게 지금의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생각 이후로 서점에 가서 마음에 쏙 드는 책들을 보면 위로가 된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그러니 이상과의 괴리에 현실의 나를 경멸하지말고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보냈음에 자랑스러워 하자. 나 자신에 실망하는 것, 새벽에 열의에 찼다 오후에 거품처럼 사그라지는 것도 나뿐만이 아니니 자괴하지도 말자.
나는 완벽주의를 달성할 슈퍼우먼이 아닌 그저 보통의 존재일 뿐이니까. 잘하면 좋고 못하면 그렇구나 다음엔 잘해보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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