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두번째 스무살>, 청춘이 아니라서 청춘을 즐기다
<오 나의 귀신님>이 종방하고 최지우 주연의 <두번째 스무살>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첫 방송은 동시간대 전 작품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죠. <오 나의 귀신님>은 박보영 열풍을 불고 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연인 박보영, 조정석의 연기력은 물론 이를 뒷받침 해주는 조연들의 연기력이 튼튼하기도 했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16부를 이끈 극본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평균 시청률 8%라는 <응답하라 1994>와 <미생>을 잇는 tvN 세번째 역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4%대만 해도 동시간대 종편/케이블 시청률에서 1위를 차지하는 편인데 대단한 기록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두번째 스무살>이 <오 나의 귀신님>의 기록을 이어가기를.
<두번째 스무살>은 20살 아들을 둔 38살 학부모 하노라(최지우 역)가 대학교 새내기로 입학해 '두번째 스무살'을 즐긴다는 이야기입니다(재수 없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나이가 보통 스무살이죠).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는 '우천대학교'는 현실적입니다. 대학시절을 즐기기보다 취업에 매달리고, 학기 초부터 과제에 치이고, 팀플을 혐오하며, 강의 먹튀(강의를 교환하기로 해놓고 일방적으로 강의를 받고 연락을 끊는 것)를 조심해야하는 현실이 묘사되어있습니다. 그곳에서 '취업'이 목표가 아닌 38살의 하노라가 청춘을 즐기려고 합니다. 아마 잘 즐길겁니다.
청춘이라는 이름보다 취준생이라는 이름이 걸맞는 대학생들을 말할 때 '낭만이 없다'라고들 합니다. 한창 읽어야할 인문학과 철학의 저서들을 읽지도 않고, 모험심에 타올라 도전정신을 발휘하지도 않으며 협동심은 없고 개인주의만 팽배하다고 한탄하시죠. '대학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할 겨를 없이 '대학에 가야한다'라고 주입식 교육을 받고 '행복하게 살자'가 아닌 '성공해야 한다'라는 인생 목표를 강요당한 작금의 20대에게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닌 고등학교의 연장선일 수 밖에 없음을 기성세대는 이해하려고 하지 않죠.
20대가 청춘이 아니라 취준생으로 전락해 대학시절을 즐기지 못함은 예비된 '취업난' 때문임을 <두번째 스무살> 제작진을 알아야 합니다. '취업난'을 생각하지 않고, 생각할 수 없는 하노라가 대학 생활을 즐기는 것을 보여주면서 20대에게 "대학시절의 낭만을 즐겨라"라고 말하시면 안됩니다. 그것은 일본수필 <스물아홉살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하다>의 아마리가 "1년 후 죽을 날만을 기약하며 술집에서 일해 돈을 벌어 라스베가스에서 모든 쓰는 것"과 같습니다. 영화 <아저씨>의 태식(원빈 역)이 소미를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오늘을 보고 살아 범죄조직원 모두를 무감각하게 죽이고 감옥에 가는 것"과 같죠.
<두번째 스무살>이 보여줄 앞으로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모두 예상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인물관계도를 보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첫주 방송인 1화와 2화에서 대부분의 갈등구조가 모두 나왔습니다. 바람난 남편과 불륜녀, 일방적인 첫사랑을 바람맞았던 동창, 스무살 아들과 배척하는 대학 동기들이 모두 그려졌죠. 거기다 18년의 간극이 되는 대학 시스템과 20대 은어들까지 나왔죠. 방영 첫주이기에 드라마 전체를 설명하고 캐릭터를 담아내는 것이 중심이었습니다. 이제 다음 주부터 바람난 남편은 격 떨어진다던 아내의 매력에 빠질 것이며, 아들은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38살을 동기론 둔 대학생들과도 친해지겠죠. 스토리의 반전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만학도인 대학 새내기라는 신선한 소재와 바람난 남편과 다시만난 첫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로 어떻게 담아낼 지는 조금 기대가 됩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의학 드라마를 보며 비현실적이라고 투덜거리는 것처럼 25살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되어 취준생이라는 늪에 빠져있는 저도 <두번째 스무살>을 보며 많이 투덜거릴 것이 예상이 됩니다. 하지만 드라마인 것을 감안하며 즐기며 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사진은 tvN <두번째 스무살> 홈페이지의 포토갤러리의 것입니다
작성일 201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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